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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뮤어 트레일

존 뮤어 트레일-13일차

by 캘리 나그네 2016. 8. 27.

 

 

소변이 마려워 일어난 시간이 새벽 2시, 헤드랜턴을 들고 텐트 밖으로 나오니 Ranger가 극찬했던 Chief Lake 밤하늘 풍경에 입이 벌어진다. 랜턴의 불빛이 필요 없다. 별은 수면 위로 쏟아질 듯 반짝이고, 사금(沙金)처럼 깔린 은하수는 숨을 길게 들이켜면 가슴속으로 빨려 들어올 것 같은데 하늘에 걸린 달은 처연하게 빛을 발하며 심장을 가를 것 같은 섬뜩함을 준다.

 

시골에서 태어나 자연을 벗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내가 넋을 잃고 바라볼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는 Chief Lake 밤하늘은 텐트밖으로 나온 이유를 잊게 한다. 누군가 내게 '존뮤어 트레일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존뮤어 트레일은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발자국 소리에 잠깐 붙인 눈을 뜨니 새벽 4시, 누가 이 시간에 부지런을 떠는 걸까? 텐트를 열고 고개를 내미니 이사장이 헤드랜턴을 비추며 길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더 누워있지 벌써 일어났어요?" "자꾸 뒤처지는 게 미안해서 한 시간 먼저 출발하려고요" 불편한 걸음 때문에 피해를 주는 것 같다는 이사장에게 우린 더불어 걷고 있다는 말을 하며 출발을 늦춘다.

 

아침 6시, 밤하늘 풍경이 아름다웠던 Chief Lake을 떠난다. Chief Lake에서 3.8마일을 걸어 Mcgee Pass로 가는 Junction을 지나니 경사가 심한 Pass가 나타난다.  Pass를 넘어 1.8마일을 더 가면 아름다운 호수 Lake Virginia(10.314피트) 옆으로 걷는데 호수 주변에 텐트를 칠만한 공간이 있고 휴식을 취할만한 자리가 많아선지 몇 팀의 백패커들이 바위에 걸터앉아 간식을 먹으며 풍경을 즐기고 있다.

 

배낭을 내려놓고 바위에 걸터앉아 차가운 물이 반쯤 담긴 물병에 Muir Trail Ranch 바켓에서 얻어 온 배합 비율이 환상적이라는 맥심커피를 넣고 흔들어 마시니 이보다 더 맛있는 커피는 지구상에 없을 것 같다. Lake Virginia에서 1.8마일을 가니 서너 명의 백패커가 Purple Lake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여기서 2마일을 걸어 Duck Pass Trail로 빠지는 삼거리를 지나 물이 흐르는 곳에서 점심 식사와 물을 채운뒤 9.4마일 떨어진 오늘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 벗어놓은 신발 끈을 묶는다.

 

오늘 목표했던 두 번째 부식 바켓을 찾을 Red's Meadow에서 1.5마일쯤 떨어진 Boundary Creek 옆에 자리를 잡고 먼지와 땀에 찌든 옷가지와 양말을 세탁하는데 중국말이 들린다. 백팩을 짊어진 다섯 명의 중국인이 걸어오더니 우리 곁에 텐트를 쳐도 괜찮은지 양해를 구한다. 나누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이 존뮤어 트레일을 걷는 백패커의 기본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Mammoth Lake에서 시작해 Bishop Pass로 빠져나간다는 이들이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여기가 전화가 터지는 곳이었던가? 부리나케 전화기를 켜서 이메일과 메세지를 확인하고 집을 나설 때 걱정의 눈빛이 가득했던 마눌님과 듬직한 두 아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보고 싶은 개딸 체리가 낑낑대는 소리도 들어본다.

 

 

 

 

 

 

 

 

Lake Virginia (10.314피트) ↓ ↑

 

 

 

 

 

 

Purple Lake(10.078피트) ↓  ↑

 

 

 

 

 

 

 

외나무가 아닌 쌍나무다리도 건넌다  ↓

 

 

 

 

 

중국인들은 우리 곁에 텐트를 치고    ↑

나는 텐트옆 시냇물에서 먼지에 뒤덮인 옷가지를 빨아 널어놓고  ↓

권박사는 쓰러진 나무에 걸터앉아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다  ↓

 

 

스마트폰에서 동영상 보기  ☞  https://youtu.be/J-7-jBI04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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