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옮겨온 글

그대 잘가라-도종환

by 캘리 나그네 2011. 5. 23.

 

그대여 흘러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 그림자를 물에 누이고 
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 
가늠할 수 없는 하늘 너머 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눈물 

 

잠깐씩 강물 위에 떴다가 사라지는 동안 
밤도 가장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 
밤하늘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 고요가 내게 내린다 

 

이승에서 갖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 좁혀질 수 없어 
그대가 살아 움직이고 미소 짓는 것이 아름다와 보이는 
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 
나 혼자 뼈아프게 깊어가는 이 고요한 강물 곁에서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잘 가라 

 

'옮겨온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이라는 말  (0) 2016.09.06
봄 - 윤동주  (0) 2016.03.23
아버지와 아들  (0) 2010.10.26
같이 있고 싶은 사람  (0) 2010.09.21
당신도 부처님 이십니다  (0) 2010.09.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