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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죽은 자식이 살아온 기분이다

by 캘리 나그네 2019. 11. 8.


지난 9월 15일(일요일)부터 10월 13일(일요일)까지 지속된 블로그 해킹은 J블로그 보안시스템을 불신하게 만들었다. 10월 13일 779개 포스트 전체와 블로그 제목, 블로거 프로필까지 해킹을 당해 J블로그 운영자에게 연락하고 답변을 기다렸지만 15일(화) 오전 9시가 되도록 답변이 없어 블로그를 폐쇄하고 J블로그를 탈퇴했다.


탈퇴 후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주말과 공휴일(Columbus Day)엔 업무를 보지 않아 이메일 확인이 늦어 죄송하다"  "해킹 때문에 J블로그를 떠나는 것이 마음 아프다"  "지워진 데이터를 백업해 검토한 후 다시 대책을 강구하겠다"  "추후 J블로그가 나아진 모습을 보고 마음이 풀렸으면 하는 바램에서 해결점을 찾는 즉시 이메일을 통해 업데이트해드리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등의 내용이 담긴 블로그 운영자의 답변을 받았다.


해킹으로 모든 자료가 없어져 블로그를 폐쇄하고 회원 탈퇴를 했기 때문에 블로그 운영자의 진정성 있는 답변에도 블로그에 대한 미련을 접었으며, 해킹으로 인해 쌓였던 스트레스는 분노가 되어 보이지 않는 해커를 향해 욕지거리를 하며 11월 5일까지 20여 일 동안 J블로그를 방문하지 않았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J블로그 운영자의 이멜을 열어본 게 11월 6일 오전 9시. 잘 지내고 계시냐는 안부인사와 해킹당한 데이터는 모두 복구했으며, 해커를 추적하고 보안을 강화했지만 아직은 취약한 부분이 있어 앞으로 해킹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블로그 활동을 안 하셔도 복구가 완료되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자 연락을 드렸다는 내용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J블로그 운영자 메일에 수고해줘서 고맙다는 답장을 보낸 후 폐쇄하기 직전의 비번으로 로그인하니 복구된 블로그가 열린다. 해킹 때문에 비공개로 설정했던 게시물을 공개로 수정하고, 10월 13일에 포스팅했던 '가을에 듣기 좋은 가요'를 11월 6일 오전 10시로 예약 등록하니 죽었던 자식이 살아서 돌아온 기분이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던 11월 6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메일함을 열어보니 J블로그 운영자가 보낸 또 한통의 메일이 있다. "이번 해킹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와 피해를 드려서 죄송하다"  "추후 또다시 해킹이 발생한다 해도 몇 번이고 상관없이 블로그를 복구시켜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책임감을 갖고 신경을 써주는 블로그 운영자의 진심이 고마워서 "나는 괜찮으니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답장을 보내고 열받았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해커의 망나니짓이 오래된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 나쁜 일, 험한 일... 갖은 풍파를 겪으며 사는 게 우리네 삶이다. 이번에 발생한 해킹이 운영자를 비롯해 피해를 입은 블로거들을 피곤하게 했지만, 오히려 J블로그 보안시스템이 강화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추측을 해본다.


나는 오래전 ㅎ신문사에서 운영하던 블로그와 인터넷 언론의 선구자 ㅇㅇㅇ뉴스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블로깅을 한 적이 있다. 두 곳의 블로그는 신문사에서 더 이상 블로그 지원을 하지 않아서 활동을 접었지만, 자료를 백업하느라 시간을 낭비한 안 좋은 기억때문에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를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J블로그를 알게 된 동기는 2009년 6월 Home Depot에서 만났던 '좋은 나무의 좋은 생각' 블로거 故 손종렬 씨 때문이었고, 2016년 8월 존뮤어 트레일 완주 후 회원가입을 하면서 'J블로그도 머지않은 시기에 없어지겠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J블로그는 미주 중앙일보에서 변함없이 지원한다는 사실과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비해 방문객이 많은 것에 매력을 느껴 애정과 애착을 갖고 활동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돈도 되지 않는, 단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해킹을 일삼은 해커의 망나니짓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길에서 길을 묻다' 블로그를 폐쇄하고 떠났지만, 책임감을 갖고 데이터를 복구해준 운영자 덕분에 죽었던 블로그는 살아났고 나도 이렇게 다시 돌아와서 글을 끄적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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