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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

작은 이름 하나라도-이기철

by 캘리 나그네 2024. 8. 12.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 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때 너무 멀어서 못 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아니라고 

고통도 쓰담으면 보석이 된다고 

나는 얼마나 오래 악보 없는 노래로 불러왔던가 

 

이 세상 가장 여린 것, 가장 작은 것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것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나는 얼마나 오래 여린 말로 노래했던가 

 

내 걸어갈 동안은 세상은 나의 벗 

내 수첩에 기록되어 있는 모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이름들 

그들 위해 나는 오늘도 한 술 밥, 한 쌍 수저 

식탁 위에 올린다 

 

잊혀지면 안식이 되고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되는 

이 세상 작은 이름하나를 위해 

내 쌀 씻어 놀 같은 저녁밥 지으며 

 

Eagle Rock (Alum Rock Park, San Jose,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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