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이는 글

불고기 명가 '옥돌집'을 추억하다

by 캘리 나그네 2023. 1. 25.

Old Finley Trail
Old Finley Trail

 

서울 미아리 삼거리 숭인국민학교 옆에 불고기, 갈비탕 전문점 '옥돌집' 식당이 있었다. 내가 중학교에 다니던 1968년(?) 작은 형님과 처음으로 갔었던 기억이 있는데, 당시 '옥돌집'은 미아리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고, 미아리에 살면서 '옥돌집'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했을 만큼 불고기와 갈비탕으로 유명했던 집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같은 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옥돌집'은 6.25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개업(開業)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중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궁핍(窮乏)하고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이어서 특별한 날이 아니면 갈 수 없는 식당이었지만, 질(質) 좋은 한우(韓牛)만을 사용했던 불고기 명가(名家)였다.

 

'옥돌집'의 유래(由來)는 미아리에서 농사를 짓던 창업주(創業主) 부부가 부업(副業) 삼아 자그마한 식당을 시작했던 것이라고 한다. 상호(商號)는 창업주였던 고(故) '신옥돌' 씨의 함자(銜字)에서, 유명해진 것은 음식솜씨가 뛰어났던 창업주 부인이 요리한 불고기 맛이 좋아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라고 한다. 내가 미아리에서 살았던 당시 '옥돌집' 주인은 창업주 아드님이셨고, 시내(市內) '우래옥'식당, '진고개' 식당과 더불어 서울의 불고기를 대표하는 식당이었다.

 

옥돌집은 불고기도 맛있지만 고기를 듬뿍 담아서 내주는 창업주 부부의 넉넉한 인심이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내가 먹어본 불고기는 적당히 달았고 깊은 맛이 있었다. 단맛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은 옥돌집 불고기가 맛이 없다는 느낌도 있겠지만, 남도(南道) 출신인 나는 단맛이 많이 나는 서울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옥돌집의 불고기는 내 입에 딱 맞는 맛이었다.

 

옥돌집 불고기의 또 다른 특징은 소고기 특유의 잡내가 없는 것이다. 혹자는 비법 양념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불고기의 참맛은 고기에 달려있다. 미아리 삼거리에서 멀지 않은 마장동 거래처에서 매일 새벽에 공급하는 소고기는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조금 두툼하게 썰었고, 불판 위에서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는 부드러운 맛과 식감은 타 업소에서 흉내 낼 수 없는 맛이었다.

 

요즘은 식당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To go박스에 담아 가져올 수도 있고, 배달 주문을 해서 먹을 수도 있지만, 당시엔 시장(市場) 안에서 상인(商人)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이나 중국집을 제외하곤 음식 배달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른이 시키면 냄비나 작은 들통을 들고 '옥돌집'에 가서 갈비탕을 사 오는 심부름을 하기도 했었다. 

 

내가 50여 년 전의 '옥돌집'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산악회 활동으로 만난 미아리 향우(鄕友)님이 갖고 있는 추억 때문이다. 그리고 나이 탓인지 그 시절의 그리움도 있다. 그래서 음력 정월 초이틀 Old Finley Trail(약 10마일) 산행에 참가해 향우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며 옥돌집을 얘기했던 것이고, 그 시절을 더듬어 보기 위해 몇 자 끄적거리는 것이다.

 

 

유툽에서 동영상보기  ☞  https://youtu.be/vpmT3uqaMyg

 

 

미아리 향우(鄕友)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Old Finley Trail을 걸으면서 지난 추억을 이야기한다 ↓

 

Old Finley Trail
Old Finley Trail

 

Old Finley Trail
Old Finley Trail

미국생활을 하면서 만난 유일한 미아리 향우(鄕友)님이다  ↓

Old Finley Trail
Old Finley Trail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  ↓

Old Finley Trail

 

Old Finley Trail
Old Finley Trail

'끄적이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떳떳하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라  (0) 2023.02.17
사랑에 인색하지 말자  (0) 2023.01.27
고유의 명절(名節) 설  (0) 2023.01.22
추억(追憶)의 북한산(北漢山)  (0) 2023.01.20
반드시 살펴 봐야 한다  (0) 2023.01.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