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도착한 Monument Peak 정상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서 점심을 먹는데 메세지를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 마눌님이 보낸 텔레그램 메세지다. "체리 힘들어하지 않아?" "아니" "지금 어디야?" "Monument Peak" "점심 먹는 거야?" "응" 지금은 한국이나 미국에서 공중전화기를 보는 게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옛날 한국에서 생활할 때만 해도 공중전화기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이었고 전화기에는 이런 문구가 빠지지 않고 붙어 있었다. "용건만 간단히. 통화는 3분이내"
어렸을 때부터 "용건만 간단히, 통화는 3분 이내"를 보고 들으며 세뇌가 되어서인지 나는 지금도 통화는 짧고 간단하게 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가끔 마눌님이 전화를 걸어오면 "응, 알았어, 아니.." 이런 식의 단답형이 대부분이다. 이런 통화 습관을 두고 마눌님은 전화매너가 똥이라고 하지만 휴대폰으로 오랜 시간 통화를 해봐야 전자파에 노출되는 시간만 길어져 좋을 것도 없거니와 수많은 세월을 얼굴 맞대고 살아온 사람끼리 간지럽게 속삭일만한 사연이 남아 있질 않아서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불어오는 찬바람에 몸이 떨린다. '체리야, 이제 미션 픽으로 가자.' 명령만 하는 아빠인데도 불평 한마디 없이 일어나 앞장을 선다. 앞장서 가는 체리의 뒷모습을 보며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엄마, 아빠. 배고파. 아파." 이렇게 네 마디만 할 수 있다면... 네 마디가 많다면 "아파, 배고파" 두 마디만 해도 좋을 것 같다.
앞서 가는 체리를 보며 녀석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아파, 배고파" 딱 두 마디만이라도..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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