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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

이놈아! 그 옷 좀 벗어라

by 캘리 나그네 2017. 3. 8.

 

 

 

 

 

새벽 3시
산사(山寺) 밖은 아직 미명인데
법당 처마밑에 매달린 고드름은 녹아
한 방울..  한 방울.. 
똑, 똑..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맑고 고요한 소리가 나를 불러낸다
봄이 오는 소리다.
 
 
지난 겨울엔
괴로움과 번뇌의 혼침(混沈)에 쌓여
노스님의 죽비 소리조차 귓전에 들리지 않았다.
 
 
흐린 마음이 맑은 소리를 막아
번뇌의 지옥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인 게다.

 

 

며칠 전,

오랜만에 산문(山門)을 찾아갔더니
노스님께선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다.

 


“이제 겨울도 다 갔구나.

봄이 다가왔는데 너는 아직도 겨울이냐?
그 몸뚱아리를 덮은 무거운 옷 좀 벗어 버려라.”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봄이 왔는데도 두터운 겨울 옷을 걸치고 있다.
스님은 그런 내 모습이 답답하셨는가 보다.
 
 
얼른 옷을 벗고 노스님께 삼배를 올린다. 
 
 
“이놈아!  너는 아직도 멀었다.
그 옷을 벗으라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끼어있는 번뇌의 옷을 벗어버리란 말이다.”

 


노스님에게 또 한 방 맞는다.

나는 스님 앞에만 서면 늘상 얻어 맞는다.
 
 
그래도 좋다.
이제 봄이 왔으니
나를 덮고 있는 번뇌의 그림자를 지우고
아름다운 새봄을 맞이해야 겠다.
 
 
 

- 페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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