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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

봄은 고아다-서해성

by 캘리 나그네 2017. 2. 26.

 

봄이 좋은 건 애비 없는 탓이다.
눈이 퍼붓고 나서야
꽃이 피노라니
봄은 하루도 어제를 답습하지 않는다.

 

칸칸이 언 새벽을 찢고
묵은 삭정이 사이에서 죽음을 깨워
기어이 싱싱하게 돋아나는
봄은 따로 에미를 두지 않았다.


해마다 새로 태어나는
봄은 고아다.


쟁기질에 흙냄새 뒤집으면서 비명으로 들고 일어나는
대지에 맨발로 서서
에미 애비 없이 울어야 더 찬란한 봄이다.


4월처럼.
저 혁명처럼.
어떤 혁명도 에미 애비 따위가 없다. 
 봄도, 혁명도 고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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