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안은 아직 어둠의 품에 있고 밖은 고요하다. 잠에서 깬 나는 눈을 뜬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한다. 낯선 시간대의 정적(靜寂)이 몸과 마음을 붙들어 놓는 것이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옅은 달빛이 어둠을 살짝 밀어낸다. 그 빛은 날카롭지도, 화려하지도 않으며 은근하게 다가와 아직 잠결에 머무는 나를 어루만진다.
세상은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와 고요만이 공존(共存) 한다. 새벽은 늘 그렇다. 마치 세상 전체가 호흡을 멈춘 채 나만의 시간을 허락하는 것 같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시간에 혼자만의 생각을 되새김질한다. 이렇게 새벽의 정적은 하루를 앞두고 가슴 한쪽에 쌓여있는 기대와 불안을 녹여준다.
모든 것이 깨어나기 전의 이 순간은 그 어떤 사색(思索)보다 깊고 진하다.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본다. 저 멀리 달빛이 감싸는 산등성이는 아직 어둠에 묻혀 있지만 머지않아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이 시간의 정적은 단순한 고요가 아닌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다. 마치 “괜찮다, 지금은 잠시 멈추어도 된다”라는 속삭임처럼..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오늘의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새벽의 고요 속에서 내 마음은 비워지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의지(意志)가 채워진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전개될는지 알 수 없지만, 새벽의 정적이 나에게 건넨 위로와 숨결은 오늘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될 것이다.
다시 눈을 감는다. 잠으로의 후퇴(後退)가 아니다. 새벽이 주는 선물을 느끼기 위해서다. 그 안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와 마주한다. 빛이 어둠을 밀어내는 시간에 나는 느린 호흡으로 오늘을 맞이할 것이다. 아직 떠오르지 않은 태양은, 어쩌면 우리에게 천천히 나아가도 괜찮다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유툽에서 동영상보기 ☞ https://youtu.be/KC40Ggu9M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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