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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

우리의 생애가 발각되지 않기를-허연

by 캘리 나그네 2024. 6. 20.

 

사랑이 끓어넘치던 어느 시절을

이제는 복원하지 못하지.

그 어떤 불편과 불안도 견디게 하던

육체의 날들을 되살리지 못하지.

적도 잊어버리게 하고, 보물도 버리게 하고,

행운도 걷어차던 나날을 복원하지 못하지.

 

그래도 약속한 일은 해야 해서

재회라는 게 어색하기는 했지만

 

때맞춰 들어온 햇살에 절반쯤 어두워진 너.

수다스러워진 너.

여전히 내 마음에 포개지던 너.

 

누가 더 많이 그리워했었지.

오늘의 경건함도 지하철 끊어질 무렵이면

다 수포로 돌아가겠지만

서로 들고 왔던 기억.

그것들이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음을.

그것이 저주였음을.

 

재회는 슬플 일도 기쁠 일도 아니었음을.

오래전 노래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그리움 같은 건 들키지 않기를.

처음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기를.

지금 이 진공관 안에서 끝끝내 중심 잡기를

 

당신. 가지도 말고 오지도 말 것이며

어디에도 속하지 말기를.

그래서 우리의 생애가 발각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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