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끓어넘치던 어느 시절을
이제는 복원하지 못하지.
그 어떤 불편과 불안도 견디게 하던
육체의 날들을 되살리지 못하지.
적도 잊어버리게 하고, 보물도 버리게 하고,
행운도 걷어차던 나날을 복원하지 못하지.
그래도 약속한 일은 해야 해서
재회라는 게 어색하기는 했지만
때맞춰 들어온 햇살에 절반쯤 어두워진 너.
수다스러워진 너.
여전히 내 마음에 포개지던 너.
누가 더 많이 그리워했었지.
오늘의 경건함도 지하철 끊어질 무렵이면
다 수포로 돌아가겠지만
서로 들고 왔던 기억.
그것들이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음을.
그것이 저주였음을.
재회는 슬플 일도 기쁠 일도 아니었음을.
오래전 노래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그리움 같은 건 들키지 않기를.
처음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기를.
지금 이 진공관 안에서 끝끝내 중심 잡기를
당신. 가지도 말고 오지도 말 것이며
어디에도 속하지 말기를.
그래서 우리의 생애가 발각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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