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피해 여기까지 와서
사람을 그리워한다
사람, 너는 누구냐
밤하늘 가득 기어나온
별들의 체온에 추운 몸을 기댄다
한 이름을 부른다
일찍이 광기와 불운을 사랑한 죄로
나 시인이 되었지만
내가 당도해야 할 허공은 어디인가
허공을 뚫어 문 하나를 내고 싶다
어느 곳도 완벽한 곳은 없었지만
문이 없는 것 또한 없었다
사람, 너는 누구냐
나의 사랑, 나의 사막이여
온몸의 혈맥을 짜서 시를 쓴다
사람을 피해 여기까지 와서
사람을 그리워한다
별처럼 내밀한 촉감으로
숨 쉬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 나는 아름다우냐
사람에게 -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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