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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

10번 태워 주세요!

by 캘리 나그네 2021. 5. 18.

2021년 5월 14일 미션픽

 

저는 34살 먹은 회사원입니다. 용인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그날은 역삼역 본사에 업무가 있어서 서류를 챙겨서 가야 했습니다. 지하철은 답답할 것 같고, 자가용은 도로가 혼잡할 것 같아 버스를 탔습니다. 그날따라 승객이 많지 않아서 뒷좌석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몇 정거장을 지났을까? 할아버지 한 분이 양손에 짐을 들고 버스를 타셨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자녀들에게 줄려고 먹거리를 준비하신 것 같았습니다. 버스가 출발하고 10m쯤 갔을까? 갑자기 급정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차비가 없으면 내리세요!" 기사 아저씨가 할아버지에게 차비도 없이 버스를 타느냐고 구박을 하면서 버스 문을 열더니 내리라고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한 번만 태워 달라고 사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급하게 오느라 지갑을 놓고 온 것 같아요, 기사 양반, 한 번만 태워주시오." 기사 아저씨에게 그냥 태워드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기사 아저씨가 막무가내로 내리라고 하자 할아버지가 출구로 가시는 것입니다. 그때, "잠깐만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가방을 들고 성큼성큼 기사 아저씨에게 다가가더니 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기사 아저씨! 할아버지잖아요! 지갑을 놓고 오셨다고 하시잖아요!"

 

그러더니 가방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돈 통에 넣더니 다시 한번 호통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기사 아저씨! 앞으로 이렇게 돈 없는 할아버지들이 타시면 공짜로 10번 태워 주세요!" 여학생은 할아버지를 모시고 자기 자리로 가서 앉게 했습니다. 순간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초등학생의 용기있는 행동에 놀랐고 모른 척했던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어린 초등학생도 저렇게 용기 있는 행동을 하는데 너는 뭐 하고 있는거냐?' 하면서 누군가 호통을 치는 것 같았습니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창피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버스에 있던 어른들도 모두 그런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부끄럽고 창피한지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내릴 곳이 다가오자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습니다. 버스 문이 열리길레 여학생의 가방에 돈을 넣어주며 '아저씨가 미안하다.' 들릴락 말락 하게 말을 하고 도망치듯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이때 천사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저씨! 괜찮아요. 아저씨! 감사합니다."

 

버스가 출발하는 것을 보면서 부끄럽게 행동했던 나를 깨우쳐 준 어린 학생에게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부끄럼없이 살 것이라 다짐하면서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 토록 착하고 용기 있는 천사를 이 땅에 보내주셔서...'

 

<페이스북에서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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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14일 미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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