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가봐야 할 곳은 있다. 장인어른이 계시는 Gate of Heaven Catholic Cemeteries이다. 이곳은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2005년 10월, 처제 가족과 상의해서 장인, 장모님, 우리 부부, 처제 부부가 들어갈 묘지(墓地)를 한꺼번에 구입해둔 곳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묘지는 명절뿐만 아니라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으면 잠깐 들러서 장인어른 산소에 꽃 한 다발 꽂아놓고 마눌님과 처제부부가 들어갈 자리를 보면서 인생 무상함을 느껴보곤 하는 곳이다.
2005년 당시 묘지 한 개당 약 5천 불의 현금을 지불했는데 지금은 7천 불을 웃돈다고 하니 살아있을 때 묘지를 미리 사두는 것이 남겨진 가족에게 부담을 덜어 주는 일인 듯싶다.
2021년에도 설이 찾아왔다. 매년 어김없이 오는 명절은 일년 365일 중 하루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두 아들에게 한국의 성묘(省墓) 풍습을 알려주고, 외할아버지를 추억하게끔 하기 위해 마눌님이 사 온 떡, 과일 몇 개, 장인어른이 즐겨드셨던 소주 한 병과 안주를 챙겨 넣고 주말을 이용해 산소를 찾아본다.
장인어른이 계신 곳이다. ↑
오른쪽은 장인어른과 출생연도가 같은 중국인 남자가 있다.
장인어른 곁은 장모님이 누우실 공간이다 ↓
장인, 장모님 밑으론 처제부부와 우리 부부의 묏자리다. ↓
나는 가족들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한 후 자주 오르내린 미션픽이나 가까운 바다에 뿌려
세상에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마눌님 곁에는 내가 입었던 옷과 신발 한 켤레 정도가 묻힐 것이다.
아늑한 느낌을 주는 도심 속 공원 같은 묘지에는 대부분 천주교 신자들이 잠들어 있다 ↓
묘역 호숫가에는 화장을 한 유골을 안치하는 납골당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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