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온 글

환승역에서-김훈영

캘리 나그네 2025. 2. 13. 07:00

 

만남과 헤어짐이 

저토록 분명하게 길을 알려주는 

화살표만 같다면 

구원의 손을 내밀 듯 

갈아타는 곳을 정하여 주기만 한다면 

오르고 내리고 꺾어져도 

잘 못 살아온 생이라고 

서둘러 밖으로 몸을 뺄 일 없겠다

 

조금 전 타고 온 열차는 과거로 가고 

새로운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긴 터널을 지나오며 

생각을 물어뜯었다 

바꿔 타지 못한 그리움 

너는 1호선에 몸을 싣고 

나는 4호선에 올라야 하는데 

기억 마르기도 전 열차는 

눅눅한 바람을 앞 세우고 

벌써 달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