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온 글
10월-오세영
캘리 나그네
2023. 10. 18. 02:10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조금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세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오세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