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는 글

엄니의 손

캘리 나그네 2023. 8. 26. 02:00

 

손을 오므리고 곤히 주무시는

엄니의 손가락을 살며시 펴보았다

사포(沙布)처럼 거친 손바닥엔 아무것도 없다

힘들었던 지난 세월의 흔적만 남아있다

 

스물한 살 꽃다운 나이에

한 살 연상이었던 농부의 아내가 되어서

혹시라도 잘못될까 노심초사(勞心焦思) 하시며

앞세운 자식 없이 7남매를 키우신 우리 엄니

당신을 위해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밤이 가고 아침이 오면

대바구니 옆에 끼고 호미 한 자루 손에 쥐고

밭으로 나가 농사일만 하시다가

낡은 옷 몇 벌과 닳은 신발을 남겨놓고

서럽고 고단했던 일생을 마감하셨다.

 

 

고향마을 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