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온 글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캘리 나그네 2017. 5. 2. 09:00






저문 강에 삽을 씻고 (1978)


정희성 시.     백창우 곡      이정렬 노래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